이런 감독 없죠. 에릭 로메르

 

 

프랑스 영화계의 가장 지적인 감독이자 비평가인 에릭 로메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중적인 사랑보다는 마니아층의 사랑을 듬뿍 받은 노장감독.

 

로메르 하면 로메르 특유의 스타일이 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극중 인물들 간 장시간의 대화.

그의 대화는 사랑과 인간관계, 편견과 위선 등으로 중류층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로메르 특유의 스타일은 지적이요, 사색적이며 교양이 있는데

그의 인물들은 대사를 통해 성격과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또 그의 영화는 역동적이지 않다. 화려한 기교도 없다.

현란한 카메라 테크닉도 없고 주인공의 직업이나 배경 역시 특별하지 않다.

모든 작품의 톤도 한결같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채널을 돌리다 어느 한 장면만 봐도 '어! 로메르 영화같은데'란 생각이 든다)

 

로메르는 종종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흡사하다는 평이 많은데,

아니다. 반대로 말해야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로메르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로메르는 남자들의 여자에 대한 우월감과 편견과 위선을 따끔하게 꼬집어 비트는데

그의 영화 속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들보다 한 수 아래다.

아. 로메르 영화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이런 코드때문에 홍상수를 연상시키는건지도 모르겠다.

 

극장에서 본 그의 마지막 영화는 2007년 작 <로맨스>다.

90분 내내 보여주는 신비스런 분위기, 사색적이며 세련된 대사를 통해

인간들의 위선을 꼬집는 동시에 '참사랑'에 대해 역설적으로 얘기한 에릭 로메르.

심지어 그는 문학파 기자출신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누가 봐도 '로메르표' 스타일의 영화를 완성했다.

 

이런 감독, 정말 흔치 않죠.

에릭 로메르와 자주 비교되기엔, 사실 홍상수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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