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같은 그녀, 산드라 블록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에겐 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최고인 동시에 최악의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하루 전에 열리는 골든 라즈베리상 시상식은

'영화료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기 위해 만든 웃기는 시상식이다.

1981년 골든 라즈베리상이 만들어진 이후 골든 라즈베리상과 오스카상을

잇따라 석권한 배우가 한 명 있는데, 그게 바로 산드라 블록이다.

더 웃긴 건 이 불명예스러운 시상식장에 산드라 블록이 직접 상을 받으러 왔다는 거다.

그녀는 이날 <올 어바웃 스티브> DVD 수백장을 들고 와 라즈베리상 관계자에게

나눠주며 "영화를 다시 보고 생각이 바뀌면 트로피를 돌려주겠다"하고 돌아갔으며

그 다음날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해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 이토록 쿨하고 멋진 배우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산드라 블록은 90년대 헐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94년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한 영화 <스피드>로 국내에 알려졌고

어떻게 유명세를 얻었나 생각하기도 전에 유명해졌다.

그보다도, 산드라 블록의 어떤 매력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외모? 우피 골드버그나 앤 헤서웨이처럼 한번 보고 기억할 만한 얼굴은 아니다.

여성성? 리즈 위더스푼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이 사랑스러운 타입도 아니다.

카리스마? 메릴 스트립이나 조디 포스터처럼 관객을 단번에 휘어잡는 배우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산드라 블록의 장점이다.

 

내 눈에 그녀는

'매순간 자연스러우며 아름답고, 현실성 있는 진짜 세계에 딱 들어맞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그건 예쁘기만 한 배우들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산드라 블록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췄다.

로맨틱코미디 <당신이 잠든 사이에>, <투 윅스 노티스>, <프로포즈> 속 그녀를 보자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일어난다. <28일동안>,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속

그녀는 우리 주변에 상처받은 이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또한 진정성 있는 연기를 인정받아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크래쉬>로 미국영화배우 조합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칸 영화제에도 미국의 소박한 농장에 데려다 놓아도 멋지게 어울리는 언니. 

오래된 친구같은 그녀, 산드라 블록의 영화인생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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