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러브(I Am Love)

많은 사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영화를 어떤 사람은 울면서 본다.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 <아이 엠 러브>가 그랬다.

많이 울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모든게 너무 아름다웠다.

 

그랬다. 야하다기보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우아한 영화였다.

특히 내게는 엠마가 안토니오랑 키스를 한 후 욕실로 달려가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는 장면이, 그녀의 구두를 조심스레 벗겨주던 안토니오의 손길이,

뜨거운 지중해 햇볕 아래서 사랑을 나누던 그들의 알몸들이 아름다웠고,

남성의 욕망적 떨림이 아니라 섬세한 친근감으로 여자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안토니오의 거친 손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영화는 '음악'마저 아름다웠다. 

반복적인 구성의 미니멀리즘 작곡가로 정평이 나 있는 애덤 스미스의 곡이

처음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올때부터 엔딩까지 전반에 흐른다.

<아이 엠 러브>에서 음악은 BGM의 개념이 아니다.

보통 극 보다 음악이 도드라지면 관객의 몰입도를 저하시킨다 해

최대한 백그라운드로 깔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장면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인물의 감정을 부추기고 끝까지 밀어 올리는.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흔한 얘기다.

어둠으로 대표되는 남편과 빛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남자.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만큼 인물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파장을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겐 훌륭한 영화, 아름다운 영화, 그리고 섬세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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