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의미를 말하는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

 

영화 <설국열차>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공들여 공들여 영화를 만드는 봉준호 감독을, 그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무엇보다 훌륭한 프랑스 만화 Le Transperceneige 원작의 스토리까지.

<설국열차>는 작년부터 이미 우리들의 입과 눈과 귀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드디어 봤다. 설국열차(Snowpiercer).

이 영화가 하층민의 반란에 관한 이야기인지, 계급에 대한 이야기인지,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관한 영화인지, 아니면 인간사의 축소판을 그려낸 영화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해석한 이 영화는 '손(Hand)'의 의미를 말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손'은 굉장히 중요한 메타포로 느껴지는데,

꼬질꼬질하게 때가 낀 꼬리칸 탑승객들의 손, 난동의 '벌'을 가하는 부위도 손과 팔,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 길리엄의 잘려진 손, 두 손을 이용해 현재를 끊임없이 기록하는 사람까지.

그리고 "너는 두 팔이 있잖아"와 같은 길리엄과 커티스의 대사들.

특히 길리엄은 인간이 지키며 살아가야할 최소한의 도덕과 인류애를 위해 

자신의 팔을 절단하면서 꼬리칸 사람들을 진정시켰고 설득시켰다.

영화 막바지, 자신의 손이 잘리리라 예상하면서도 꼬마를 구하기 위해 

엔진에 손을 넣는 커티스의 행위는 다음 세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까지 느껴졌다.

 

극 중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한 팔 보다는 두 팔이 더 좋지. 여자를 껴 안을때처럼"

이 대사가 나는 <설국열차>를 관통하는 주제로 느껴진다.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처럼, 한 손만 휘저어봐야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두 손을 마주대고 쳐야 소리가 나며, 내 두 손을 깍지 끼는 것 보다는

내 옆의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마주 잡을때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내 가족을 두 팔로 안고, 내 이웃을 두 팔로 안고,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가 힘들 때 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고, 그가 울 때 내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지구, 그것이 인류애가 아닐까.

 

설국열차의 수장, W 윌포드는 과연 열차의 맨 앞 칸에서 행복했을까.

혼자서 자고, 혼자서 엔진을 닦고, 혼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는 기분은 어땠을까.

영화 <설국열차>는 '손'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타인과의 관계, 서로간의 존중과 이해와 사랑, 그것이 그 어떤 일류칸의

고급음식과 고급의류와 고급스파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얘기하려 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내내 생각했다.

오늘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의 손을 더 따뜻하게, 더 오랫동안 잡고 싶다고.

내가 100억 부자는 아니여도 최상류층의 사람은 아니여도

이렇게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인류애'가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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