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노래를 듣는다는 것

 

새벽바람이 '가을'을 품고 다녀서인가,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에 잠이 오지 않는다.

패닉 1집앨범을 들으며 이런저런 추억에 잠기는 것도 잠시,

내가 좋아하는 가수 '최성원'에 대해 몇 글자 적어보고 싶어졌다.

 

어려서부터 난 나보다 오래 산, 먼저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지구과학을 좋아한 것도, 힐러리와 아문센같은 탐험가를 좋아한 것도

그리스 신화를 좋아한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 지 모른다.

순전히 대학교 전공을 영문학으로 한 것도 나다니엘 호손과 윌리엄 포크너 때문이었다.

 

영화배우를 꿈꾸던 아버지 덕분에 우리집엔 언제나 고전영화가 즐비했다.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입학기념으로 본 영화가 '마농의 샘'이었다는 사실.

청소년관람불가고 잔인하고 야하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 감아" 소리에 그저 눈만 감으면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MBC '주말의 명화' 시간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온 가족이 모이는 대화의 장이자,

우리가족의 정서공유를 담당하는 하나의 '리추얼(ritual)'이었다.

 

아직도 우리집엔 오래 된 전축과 LP판, 올드팝을 담은 CD가 전시돼 있다.

전축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지만 나름 빈티지 가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먼지가 가득쌓인 LP판과 CD는 온 가족이 모이는 날, 추억을 더듬는 소재가 된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에 빛나는 '들국화'와의 첫 만남도 아마 그러했으리.

전인권 특유의 톤과 스타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노래는 꽤나 열심히 들었다. 

1985년에 발매한 1집 '들국화' 앨범은 전곡이 히트를 한

지금까지도 리메이크되고 들려지고 불려지는 국민노래가 많지만,

난 가수보다도 그 노래를 만든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가 너무너무 궁금했다.

 

이후, 찬찬히 살펴본 들국화 앨범엔 멤버 최성원의 이름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얼굴마저 청초하게 잘 생겼잖아! 근데 목소리도 예술이야!

그가 만든 곡, 그가 쓴 가사는 30년이 지난 요즈음에 들어도 고급스럽다.

단언컨대, 최성원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확신한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도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고, 경험을 쌓다보면 반드시 알게되리라.

그 '옛날'에 이렇게 멋진 곡을 썼다고! 그는 진정 '천재'라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최성원이 만들고 부른 그의 1집 앨범 중 '이별이란 없는거야'란 곡이다.

1988년, 그가 어떤 마음으로 불렀는지 어떤 심정으로 가사를 썼는지.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곡이 보이고 이해가 된다.

그래서 나이 서른, 지금 듣기에 더더욱 안성맞춤인 곡.

 

최근 KBS '불후의명곡' 전설<들국화>편에서 가수 더원이 이 노래를 불렀다.

더원은 참으로 섬세하게 노래하는 가수구나, 하는걸 그때 느꼈다.

저렇게 곡의 부분부분을 나눠서 정성스럽게 노래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스트링과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풍부한 편곡도 곡의 완성도에 한 몫을 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소리' 하나 만으로 압도한 '최성원'의 노래가 더 감동스럽다.

많은 이들이 최성원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전설의 록밴드 <들국화>의 팔할은 최성원이다.

 

아,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일 수도 있는데

패닉 1집앨범을 디렉팅한 프로듀서가 바로 최성원이다.

패닉이 '달팽이', '왼손잡이', '아무도'로 히트할 때 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멋진 들국화의 최성원이 디렉팅한 앨범이야! 최고일 수 밖에 없잖아!' 하고.

 

*

이별이란 없는거야

 

이별이란 생각으로 울지마
그건 너의 작은 착각일 뿐야
가면 어딜가니 좁은 이 하늘 아래
한동안 둘이 서로 멀리 있는걸텐데

웃으며 나를 보내줘
언젠가 만나겠지 새로운 모습으로


이별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좁은 하늘 아랜
안녕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세상 떠나기 전에

안녕이란 말 때문에 울지마
그건 너의 작은 착각일 뿐야
가면 어딜가니 좁은 이 마음 속에
언제나 별빛처럼 너는 반짝일텐데

웃으며 나를 보내줘
언젠가 만나겠지 새로운 마음으로

이별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좁은 하늘 아랜
안녕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세상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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