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오는 삶은 없다.

나무처럼 고요히 살고 싶다 하면, 그건 오해다.

1년 내내 나무도 사느라 힘들다. 타들어가는 가뭄에,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에,

생명에 치명적인 거친 바람을 이겨내며 산다. 껍질을 파고드는 곤충과 잎을

갉아먹는 벌레도 참고 이겨내면서. 그리고 봄이 오면 꽃망울을 피우고

열매 맺어 열심히 후손을 퍼뜨린다. 생각해보면 어느 한 순간도 고요치 않다.

 

나무처럼 그 모습 그대로 몇백 년을 살고 싶다 하면 그것도 맞지 않다.

나무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한 때 대나무는 북방 한계선이 있어서 경기 북부에선

자랄 수 없었다. 하지만 추위에 부단히 적응을 한 대나무는 이제 남쪽에도 산다.

침엽수는 원래부터 잎이 뾰족해던 게 아니다. 원래는 낙엽수처럼 넓적한 잎을

가졌지만, 추운 지방에 살아야 하는 처지이기에 부단히 잎을 뾰족하고 가늘게

만들었다. 그래야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고 견딜 수 있으니.

선인장이라고 잎 대신 가시를 달고 싶었던 건 아니다. 잎이 있어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 필요치 않으니 잎 대신 단단한 껍질을 발달 시키고

그 안에 수분을 보관한다. 살자고 바꾸고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지간히 신속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지금도 각박한 지구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식물은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따지고보면, 태양도 작업 스케줄이 있다. 눈도, 새들도, 초록 잎사귀도 모두.

거저 오는 삶은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

좀 더 계획적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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