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오종, 영화<5x2>

 

이 영화의 부제. '사랑 그 다섯 조각의 기억'

이 영화의 감독. 프랑소와 오종(Francois Ozon)

 

성급하게 질과 마리옹의 에피소드를 쫓던, 우리들을 무시한 채

사랑 따윈 어차피 변하는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비웃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잔인한 이별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상처를 주고 받는 기억을 되짚어 돌아가더니,

그들의 사랑이 시작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돌아가 [끝]을 맺어 버린다.

 

하지만 우스운 건, 그 냉소적인 시선 속에서도

가장 찬란했던 그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에

문득 마음이 덜컹, 하고 움직인다는 것.

덧붙여 그들의 이별은 주변의 상황이나 현실이 아닌

그들 각각의 문제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것.

 

우리는 항상 주변을 돌아보고 핑계를 대곤 하지만

결국 언제나 본질적인 문제는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라는 불확실한 명제에 대한 불안함을 불식시키기 위한

사람들의 나약한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것.

 

 

이것이 음악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원작 작가, 닉 혼비.

음악광이자 축구광, 그리고 지금 가장 인기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

프리랜서 작가로 살던 중 축구에 관한 이야기 <피버 피치>로 본격적인 작가 데뷔를 했다.

이후 소설 <하이 피델리티>, <어바웃 어 보이>, <슬램> 등 지성과 감성과 유머를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동시에 영화계에서도 러브콜을

보내는데 <하이 피델리티/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어 보이>, <피버 피치-

날 미치게 하는 남자> 등이 영화화됐고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화 된 이 작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살펴보자. 

장르는 로맨스/멜로/코미디, 주연은 영화 <세렌디피티>로 일약 로맨틱 가이로 떠오른

존 쿠삭, 극에 재미를 더하는 감초역엔 우리의 잭 블랙이 출연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누가봐도 로맨틱코미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음악영화]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이 영화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무려 15트랙에 달하는 이 음악들을 들려주기 위해

고안된 [영화]로 보인다. OST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달까.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보자면, 오랜 동거녀에게 차인 주인공 존 쿠삭이 왜 자신이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들에게 계속 차이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 전 여친을 찾아다니며

꼬치꼬치 그 이유를 물어보는. 아주 멋대가리 없는 남자의 이야기다.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 보다도 영화 곳곳에 배치 된 [적재적소 음악]이 더 중요하다.

주인공이 중고음반가게를 운영하는 만큼 영화에는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시종일관 흘러 나온다. 마빈 게이부터 킨크스, 베타밴드 같은 전설적인 펑크뮤직까지.

그 음악들은 주인공이 처한 짖궃은 상황과 개구진 캐릭터의 익살스러움을 돋보이게 하고,

처연하면서도 감미로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들은 주인공의 감수성을 대변한다.

 

또한 이 영화는 [음악]에 관한, 가장 [수다스러운] 영화이기도 하다.

중고음반가게 직원 잭 블랙과 토드 루이소는 존 쿠삭과 함께 팝 음악에 대한

온갖 견해와 애정을 쏟아낸다. 뜨내기같은 손님에겐 음반도 팔지 않는다.

그 음악의 가치를 아는 손님에게만 골라서 판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들.

그 뿐인가, 이미 <스쿨 오브 락>에서 실력을 뽐낸 잭 블랙은 이번 영화에서도 

멋진 보컬 실력을 뽐내며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열창한다.

 

제대로 된 음악영화는 여기에 있다.

팝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영화 <리틀 빅 히어로>의 진짜 히어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2000년도 작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추천한다.

 

*
<High Fidelity OST>

1. You're Gonna Miss Me - Thirteenth Floor Elevators
2. Everybody's Gonna Be Happy - Kinks
3. I'm Wrong About Everything - Harding, John Wesley
4. Oh! Sweet Nuthin' - Velvet Underground
5. Always See Your Face - Love
6. Most of the Time - Bob Dylan

7. Fallen for You - Sheila Nicholls
8. Dry the Rain - Beta Band

9. Shipbuilding - Elvis Costello / Attractions
10. Cold Blooded Old Times - Smog

11. Let's Get It On - Jack Black
12. Lo Boob Oscillator - Stereolab
13. Inside Game - Royal Trux
14. Who Loves the Sun - Velvet Underground
15. I Believe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 Stevie Wonder

*

 

청춘이 최고다, 허니와 클로버(Honey&Clover)

 

잦은 망설임과 방황이 특징이 되고

지나친 명랑함과 진솔함 조차 특권이 되는

무모하고 찬란한 다섯 청춘들의 달콤하고 투명한 일상.

 

스크린 속,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다섯 주인공과

칸노요코의 발랄상큼한 음악은

아직까지도 나를 설레이게 한다.

 

그래, 청춘이 최고다.

 

 

손의 의미를 말하는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

 

영화 <설국열차>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공들여 공들여 영화를 만드는 봉준호 감독을, 그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무엇보다 훌륭한 프랑스 만화 Le Transperceneige 원작의 스토리까지.

<설국열차>는 작년부터 이미 우리들의 입과 눈과 귀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드디어 봤다. 설국열차(Snowpiercer).

이 영화가 하층민의 반란에 관한 이야기인지, 계급에 대한 이야기인지,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관한 영화인지, 아니면 인간사의 축소판을 그려낸 영화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해석한 이 영화는 '손(Hand)'의 의미를 말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손'은 굉장히 중요한 메타포로 느껴지는데,

꼬질꼬질하게 때가 낀 꼬리칸 탑승객들의 손, 난동의 '벌'을 가하는 부위도 손과 팔,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 길리엄의 잘려진 손, 두 손을 이용해 현재를 끊임없이 기록하는 사람까지.

그리고 "너는 두 팔이 있잖아"와 같은 길리엄과 커티스의 대사들.

특히 길리엄은 인간이 지키며 살아가야할 최소한의 도덕과 인류애를 위해 

자신의 팔을 절단하면서 꼬리칸 사람들을 진정시켰고 설득시켰다.

영화 막바지, 자신의 손이 잘리리라 예상하면서도 꼬마를 구하기 위해 

엔진에 손을 넣는 커티스의 행위는 다음 세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까지 느껴졌다.

 

극 중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한 팔 보다는 두 팔이 더 좋지. 여자를 껴 안을때처럼"

이 대사가 나는 <설국열차>를 관통하는 주제로 느껴진다.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처럼, 한 손만 휘저어봐야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두 손을 마주대고 쳐야 소리가 나며, 내 두 손을 깍지 끼는 것 보다는

내 옆의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마주 잡을때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내 가족을 두 팔로 안고, 내 이웃을 두 팔로 안고,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가 힘들 때 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고, 그가 울 때 내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지구, 그것이 인류애가 아닐까.

 

설국열차의 수장, W 윌포드는 과연 열차의 맨 앞 칸에서 행복했을까.

혼자서 자고, 혼자서 엔진을 닦고, 혼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는 기분은 어땠을까.

영화 <설국열차>는 '손'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타인과의 관계, 서로간의 존중과 이해와 사랑, 그것이 그 어떤 일류칸의

고급음식과 고급의류와 고급스파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얘기하려 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내내 생각했다.

오늘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의 손을 더 따뜻하게, 더 오랫동안 잡고 싶다고.

내가 100억 부자는 아니여도 최상류층의 사람은 아니여도

이렇게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인류애'가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희극지왕(喜劇之王)

 

*

이봐요!_왜요?

가요?_그래요!

어디가요?_집에요

그리고는요?_출근해야죠

출근 안하면 안돼요?_당신이 날 먹여 살릴건가요?

 

이봐요?_또 왜요?

내가 먹여 살릴게요

... 당신 앞가림이나 잘해요. 바보.

*

 

사랑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을 성실하게 만든다.

입으로는 농담을 하면서도 눈은 그렇지 않다.

당신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말도,

헤어지기 싫은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희극지왕.

90분동안 느낀 어른들의 순애보.

오랜기간 두고 보아도, 참 이쁜 영화다.

시인 릴케가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는

평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진심으로 여자를 사랑한 경험을 가진 남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도대체

사랑은 어디서 오는걸까.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1. '영화사상 1백 명의 위대한 영웅과 악당' 순위에서 최고의 영웅자리에 오른 주인공.

뉴잉글랜드의 대학교수이지만 강의실보다는 악의 위협에 맞서 불가사의한 유적 속으로

들어갈 때 더욱 빛나 보이는 이 남자,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가 우리에게 펼쳐보인 모험담은 실로 방대하면서도 다채롭다.

여러버전의 소설, 만화, 게임들이 이 지구를 그의 고고학 탐험 놀이터로 만들었다.

 

2. 그때 쥘 베른이 무사히 인도로 떠날 수 있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후에 태어난 어린아이들은 무엇을 읽으며 자랐을까?

쥘 베른이 책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후의 아이들이 읽을 게 없지야 않겠지만,

그토록 쉽고 재미있게 '꿈속에서 여행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여행을 상상하는 달인이 되었다.

 

3. 의지의 프레야는 말라리아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자 넘쳐오르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했고,

결국 '페르시아에서 가장 미지의 지역'인 루리스탄을 탐험한 최초의 유럽여성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에 붙잡히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지도는 가치있는 것이었다.

 

 

아이 엠 러브(I Am Love)

많은 사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영화를 어떤 사람은 울면서 본다.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 <아이 엠 러브>가 그랬다.

많이 울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모든게 너무 아름다웠다.

 

그랬다. 야하다기보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우아한 영화였다.

특히 내게는 엠마가 안토니오랑 키스를 한 후 욕실로 달려가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는 장면이, 그녀의 구두를 조심스레 벗겨주던 안토니오의 손길이,

뜨거운 지중해 햇볕 아래서 사랑을 나누던 그들의 알몸들이 아름다웠고,

남성의 욕망적 떨림이 아니라 섬세한 친근감으로 여자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안토니오의 거친 손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영화는 '음악'마저 아름다웠다. 

반복적인 구성의 미니멀리즘 작곡가로 정평이 나 있는 애덤 스미스의 곡이

처음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올때부터 엔딩까지 전반에 흐른다.

<아이 엠 러브>에서 음악은 BGM의 개념이 아니다.

보통 극 보다 음악이 도드라지면 관객의 몰입도를 저하시킨다 해

최대한 백그라운드로 깔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장면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인물의 감정을 부추기고 끝까지 밀어 올리는.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흔한 얘기다.

어둠으로 대표되는 남편과 빛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남자.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만큼 인물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파장을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겐 훌륭한 영화, 아름다운 영화, 그리고 섬세한 영화.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하찮은 일로 눈이 멀게 될까봐"

 

1994년 <비포 선라이즈>, 2004년 <비포 선셋> 그리고 2013년 <비포 미드나잇>

무려 18년을 관통하는 제시와 셀린느의 삶 이야기.

 

금발의 두 쌍둥이의 아빠가 된 제시와 바다 건너 사춘기 아들을 둔 셀린느.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이들의 '사랑의 역사'를 함께한 우리들은 안다.

18년전 비엔나에서의 하룻밤이, 8년전 니나시몬의 노래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파리와 그리스, 시카고라는 물리적 거리.

작가와 주부라는 존재적 거리.

쌍둥이를 키운다는 육아적 피로감.

이 모든게 '현실'이지만 크게보면 이 둘의 사랑엔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하찮은 일"로 제시와 셀린느의 존재적 사랑이 "눈이 멀게" 될까봐,

영화를 보는 내내 난 그리도 떨었나 보다.

 

저 대사를 내뱉던 제시의 표정과 그 호텔방의 공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분명 56년 뒤에도.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

그렇게 정말
인연은 따로 있는걸까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때

운명이란거 가끔 믿고 싶을때

불쑥 로맨틱한 남부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을때

그럴때마다 찾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이른바 '관광청 영화' 중 하나.

 

 

오래된 친구같은 그녀, 산드라 블록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에겐 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최고인 동시에 최악의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하루 전에 열리는 골든 라즈베리상 시상식은

'영화료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기 위해 만든 웃기는 시상식이다.

1981년 골든 라즈베리상이 만들어진 이후 골든 라즈베리상과 오스카상을

잇따라 석권한 배우가 한 명 있는데, 그게 바로 산드라 블록이다.

더 웃긴 건 이 불명예스러운 시상식장에 산드라 블록이 직접 상을 받으러 왔다는 거다.

그녀는 이날 <올 어바웃 스티브> DVD 수백장을 들고 와 라즈베리상 관계자에게

나눠주며 "영화를 다시 보고 생각이 바뀌면 트로피를 돌려주겠다"하고 돌아갔으며

그 다음날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해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 이토록 쿨하고 멋진 배우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산드라 블록은 90년대 헐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94년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한 영화 <스피드>로 국내에 알려졌고

어떻게 유명세를 얻었나 생각하기도 전에 유명해졌다.

그보다도, 산드라 블록의 어떤 매력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외모? 우피 골드버그나 앤 헤서웨이처럼 한번 보고 기억할 만한 얼굴은 아니다.

여성성? 리즈 위더스푼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이 사랑스러운 타입도 아니다.

카리스마? 메릴 스트립이나 조디 포스터처럼 관객을 단번에 휘어잡는 배우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산드라 블록의 장점이다.

 

내 눈에 그녀는

'매순간 자연스러우며 아름답고, 현실성 있는 진짜 세계에 딱 들어맞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그건 예쁘기만 한 배우들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산드라 블록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췄다.

로맨틱코미디 <당신이 잠든 사이에>, <투 윅스 노티스>, <프로포즈> 속 그녀를 보자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일어난다. <28일동안>,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속

그녀는 우리 주변에 상처받은 이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또한 진정성 있는 연기를 인정받아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크래쉬>로 미국영화배우 조합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칸 영화제에도 미국의 소박한 농장에 데려다 놓아도 멋지게 어울리는 언니. 

오래된 친구같은 그녀, 산드라 블록의 영화인생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언페이스풀(Unfaithful)

 

 

외로움을 이기겠다고 명랑한 것들을 마음에 우겨넣어봐야,

낙폭만 더 심해진다. 이고치고(以孤治孤)란 고사성어도 있지 않은가.

외로움은 더 큰 외로움으로 다스린다.

 

애드리언 라인 감독의 <언페이스풀>은 특효약이다.

평온한 삶을 뚫고 나타난 낯선 희열에 들뜬 다이안 레인의

부질없는 섹스를 보기위함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각자의 비밀을 씹어 삼키기로 작정한 부부를 막아 세운 신호등.

잠시 간의 적막이 숨통을 조이고, 차는 다시 출발한다.

 

그 꽁무니는 지독히도 외롭다.

 

 

내가 고백을 하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할 수 없게 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이해를 구하고 싶은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이해하고픈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에게서도 멀어진다.

 

무엇도 전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관계는

세상에 오로지 자신과 자신 밖에는 없으니,

늘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를 어떻게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나는 너를 어떻게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자존심에 걸리고, 상황에 걸리면서

늦어버리고 잃어버린것이

지나고 생각하면,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이런 감독 없죠. 에릭 로메르

 

 

프랑스 영화계의 가장 지적인 감독이자 비평가인 에릭 로메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중적인 사랑보다는 마니아층의 사랑을 듬뿍 받은 노장감독.

 

로메르 하면 로메르 특유의 스타일이 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극중 인물들 간 장시간의 대화.

그의 대화는 사랑과 인간관계, 편견과 위선 등으로 중류층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로메르 특유의 스타일은 지적이요, 사색적이며 교양이 있는데

그의 인물들은 대사를 통해 성격과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또 그의 영화는 역동적이지 않다. 화려한 기교도 없다.

현란한 카메라 테크닉도 없고 주인공의 직업이나 배경 역시 특별하지 않다.

모든 작품의 톤도 한결같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채널을 돌리다 어느 한 장면만 봐도 '어! 로메르 영화같은데'란 생각이 든다)

 

로메르는 종종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흡사하다는 평이 많은데,

아니다. 반대로 말해야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로메르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로메르는 남자들의 여자에 대한 우월감과 편견과 위선을 따끔하게 꼬집어 비트는데

그의 영화 속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들보다 한 수 아래다.

아. 로메르 영화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이런 코드때문에 홍상수를 연상시키는건지도 모르겠다.

 

극장에서 본 그의 마지막 영화는 2007년 작 <로맨스>다.

90분 내내 보여주는 신비스런 분위기, 사색적이며 세련된 대사를 통해

인간들의 위선을 꼬집는 동시에 '참사랑'에 대해 역설적으로 얘기한 에릭 로메르.

심지어 그는 문학파 기자출신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누가 봐도 '로메르표' 스타일의 영화를 완성했다.

 

이런 감독, 정말 흔치 않죠.

에릭 로메르와 자주 비교되기엔, 사실 홍상수는 아직 멀었다.

 

 

 

가을 이야기(Conte d'automne)

 

 

이제 보았다.

오랜만에 너무 웃기다.

 

역시 홍상수와 에릭 로메르는

쿨한척 잘난척 착한척 하는 비루하고 지질한 남자와 여자를

너무너무 귀엽게 찍어준다.

 

간만에 본 러블리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



"Facebook"
그저 싸이월드 미니홈피 같다 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는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

5억명이 하든 말든, 내가 안하는게 중요한거죠.
유행에 뒤 떨어지든 말든, 유행이 뭔지도 모르는데요.
저에게는 온라인으로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게 더 이상 매력이 없더군요.

잠깐 옛날 얘기를 해볼게요.
거의 선사시대를 환기시킬만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이라고 얘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모뎀이라는 걸 썼었죠.
모뎀을 쓰면 전화가 안됐습니다. 전화는 항상 통화중. 전화비가 엄청 나왔죠.

그 때는 온라인에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얼마 없었습니다.
ID는 자신의 정체성을 축약한 몇자로 나타내야 했고, 그 때문에
그 당시에는 서로의 아이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내 아이디 따위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깐 사소한 것에도 굉장히 애착을 갖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만남이 쉽지 않으니 볼 수 없는 사람에게도 애정을 가졌습니다.
지금과는 꽤 달랐죠.

이 얘기를 한 이유는
클릭 한번에 서로를 찾아가게 된 지금이 무척 편하겠지만,
편한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무감각해져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싸이월드로, 페이스북로 찾아가보면 되니깐.
그러면 서로가 이어져있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깐. 

뒤돌아보면 결국 다 유행이였습니다. PC 통신도, 세이클럽도, 싸이월드도.
열광했지만 다 한 때였습니다. 이건 진짜 삶이 아니죠.
페이스북이 엄청난 자본력을 매개로 어떻게 컨텐츠를 발전시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역시 종착역에 다다르게 될꺼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겠죠.

진짜 세상은 거기에 없습니다.

공기를 매개로 하는 나의 목소리와
빛을 매개로 하는 당신의 눈빛과
열을 매개로 하는 우리의 감촉이

진짜 세상이죠.

당신의 Facebook 을 묻는게 아니라
당신의 Face를 보고 book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 우린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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