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 당신은 누구시길래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동하] 만큼은 이 말을 비켜가게 된다.

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더라도 무대를 보는 순간 시선을 고정하게 만든다.

지금, 그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아니, 당신은 누구시길래! '정동하'를 알아 보자.

 

1. 부활의 보컬 '정동하'

부활의 역대 보컬이 누구누구였는지는 사실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후에

처음 알게 되었다. 김종서,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김기욱, 이성욱, 정단까지.

부활의 수 많은 명곡들은 이미 너무나도 익숙해서 어느 보컬이 불렀었는지,

이 노래가 몇년도 앨범에 실린 곡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면 배운다'라고 하던가. 이제는 알고 싶어졌다.

정동하는 부활의 9번째 보컬로 2005년 부활의 10집앨범 '서정'으로 데뷔했다.

데뷔 8년차 가수이자, 부활의 최장수 보컬이기도 하다.

난 그의 진가를 무려 8년 만에 알아봤으니, 꽤나 오래 걸렸다. 

 

2. 들국화 앞에서 <제발>을 부르는 강심장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들국화 음악을 리메이크했지만 그 어느 곡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가 불러도, 원곡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강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KBS 불후의명곡2 100회 특집 <들국화>편을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삐딱선을 탄 상태로 보고 듣게 된 정동하의 '제발'은 충격적이었다. 

더 놀라운 표현을 하고 싶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다. 정말로 '깜짝' 놀랬다.

아니,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가수가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온 몸이 떨렸다. 

언제 4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그의 무대에 빨려들어갔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무대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진짜 '가수'를 찾았다!  

(전인권이 부른 '제발', 최성원이 불렀던 '제발'. 그 두 곡보다 훨씬 좋았다)

 

3. 자꾸만 보아도 자꾸만 새로운, <비처럼 음악처럼>

지난주 토요일에 방송 된 KBS 불후의명곡2 <더 레전드7>편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윤심덕 '사의 찬미', 김광석 '서른 즈음에' 무대도 너무 좋았지만,

역시 명불허전. 김현식과 함께 부른 정동하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눈물이 났다. 

정말로 듀엣 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김현식이 살아있구나.' 하고 느꼈으니까.

한 선배를 향한 후배의 존경과 그리움, 그리고 행복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무대였다.

부르는 당사자나 듣는 우리나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이 주는 감동과 진심을 다해 부르는 진정성 있는 노래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라고.

그에게 고맙다. 살아있는 김현식을 보게 해줘서. 그와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줘서.

 

4. 알음알음, 알고 보면 OST 인기남

부활의 보컬로 8년째 활동하다 보니, 대중들은 그의 밴드음악 속 목소리만 듣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OST의 제왕이다. 데뷔 후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의 OST에 참여했다. 

드라마 <늑대-파라다이스>, <친구-The Day>, <보고싶다-바라보나봐>,

<남자가 사랑할 때-첫 번째 단추>, <상어-슬픈동화>, 영화 <철가방 우수씨-애벌레> 등.

이 외에도 꽤나 많지만 앞에 열거한 OST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이다.

밴드음악 속 보컬과는 다르게 아주 감미롭고, 편안하고, 따뜻한 음색이 빛을 발한다.

요즘 아껴서 듣고 듣는 음악. 발라드 가수 정동하. 그의 솔로곡도 꼭 들어보길 권한다.

 

 

나이 많은 노래를 듣는다는 것

 

새벽바람이 '가을'을 품고 다녀서인가,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에 잠이 오지 않는다.

패닉 1집앨범을 들으며 이런저런 추억에 잠기는 것도 잠시,

내가 좋아하는 가수 '최성원'에 대해 몇 글자 적어보고 싶어졌다.

 

어려서부터 난 나보다 오래 산, 먼저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지구과학을 좋아한 것도, 힐러리와 아문센같은 탐험가를 좋아한 것도

그리스 신화를 좋아한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 지 모른다.

순전히 대학교 전공을 영문학으로 한 것도 나다니엘 호손과 윌리엄 포크너 때문이었다.

 

영화배우를 꿈꾸던 아버지 덕분에 우리집엔 언제나 고전영화가 즐비했다.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입학기념으로 본 영화가 '마농의 샘'이었다는 사실.

청소년관람불가고 잔인하고 야하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 감아" 소리에 그저 눈만 감으면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MBC '주말의 명화' 시간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온 가족이 모이는 대화의 장이자,

우리가족의 정서공유를 담당하는 하나의 '리추얼(ritual)'이었다.

 

아직도 우리집엔 오래 된 전축과 LP판, 올드팝을 담은 CD가 전시돼 있다.

전축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지만 나름 빈티지 가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먼지가 가득쌓인 LP판과 CD는 온 가족이 모이는 날, 추억을 더듬는 소재가 된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에 빛나는 '들국화'와의 첫 만남도 아마 그러했으리.

전인권 특유의 톤과 스타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노래는 꽤나 열심히 들었다. 

1985년에 발매한 1집 '들국화' 앨범은 전곡이 히트를 한

지금까지도 리메이크되고 들려지고 불려지는 국민노래가 많지만,

난 가수보다도 그 노래를 만든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가 너무너무 궁금했다.

 

이후, 찬찬히 살펴본 들국화 앨범엔 멤버 최성원의 이름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얼굴마저 청초하게 잘 생겼잖아! 근데 목소리도 예술이야!

그가 만든 곡, 그가 쓴 가사는 30년이 지난 요즈음에 들어도 고급스럽다.

단언컨대, 최성원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확신한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도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고, 경험을 쌓다보면 반드시 알게되리라.

그 '옛날'에 이렇게 멋진 곡을 썼다고! 그는 진정 '천재'라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최성원이 만들고 부른 그의 1집 앨범 중 '이별이란 없는거야'란 곡이다.

1988년, 그가 어떤 마음으로 불렀는지 어떤 심정으로 가사를 썼는지.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곡이 보이고 이해가 된다.

그래서 나이 서른, 지금 듣기에 더더욱 안성맞춤인 곡.

 

최근 KBS '불후의명곡' 전설<들국화>편에서 가수 더원이 이 노래를 불렀다.

더원은 참으로 섬세하게 노래하는 가수구나, 하는걸 그때 느꼈다.

저렇게 곡의 부분부분을 나눠서 정성스럽게 노래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스트링과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풍부한 편곡도 곡의 완성도에 한 몫을 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소리' 하나 만으로 압도한 '최성원'의 노래가 더 감동스럽다.

많은 이들이 최성원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전설의 록밴드 <들국화>의 팔할은 최성원이다.

 

아,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일 수도 있는데

패닉 1집앨범을 디렉팅한 프로듀서가 바로 최성원이다.

패닉이 '달팽이', '왼손잡이', '아무도'로 히트할 때 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멋진 들국화의 최성원이 디렉팅한 앨범이야! 최고일 수 밖에 없잖아!' 하고.

 

*

이별이란 없는거야

 

이별이란 생각으로 울지마
그건 너의 작은 착각일 뿐야
가면 어딜가니 좁은 이 하늘 아래
한동안 둘이 서로 멀리 있는걸텐데

웃으며 나를 보내줘
언젠가 만나겠지 새로운 모습으로


이별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좁은 하늘 아랜
안녕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세상 떠나기 전에

안녕이란 말 때문에 울지마
그건 너의 작은 착각일 뿐야
가면 어딜가니 좁은 이 마음 속에
언제나 별빛처럼 너는 반짝일텐데

웃으며 나를 보내줘
언젠가 만나겠지 새로운 마음으로

이별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좁은 하늘 아랜
안녕이란 말은 없는거야

이 세상 떠나기 전에

 

패닉 '기다리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진정한 명품이란, 바로 어제 만든 거 같은 것" 이라고.

(내 기억엔 경복궁을 산책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경복궁의 꽃담(무늬)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실제 두 눈으로 보고나면

그렇게 아름답고 황홀하고 정교하고 섬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조선시대가 아닌, 바로 엊그제 만든 것 같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난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 백 곡의 신곡이 쏟아지지만, 난 이 곡을 감히 '명품명곡'이라 부르기를

18년 전에 만들어진 이 발라드 한 곡이 주는 감동의 여파가 무척이나, 크기 때문이다.

이적이 쓰고 작곡한 '기다리다'는

가사, 멜로디, 편곡까지 지금 들어도 정말 세련됐다.

(아직도 궁금하다. 왜 패닉과 솔리드와 듀스의 노래는 십수년이 지나도 세련됐는지)

화려한 코드진행도 없고, 패닉 노래 중에 아마도 가장 담백한 곡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심플한 곡이지만, 정말 너무너무 좋다.

 

얼마 전에 방송에서 그러더라.

패닉, 혹은 이적이 부르고 만든 곡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불린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뒤늦게 알려진 명곡들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하늘을 달리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정류장' 등)

외에도 패닉의 전 앨범은 집중해서 다시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패닉의 2집 '밑' 앨범 역시, 엄지를 치켜세우는 명반이다.

 

*

기다리다

 

널 기다리다 혼자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 있다고

널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어
어느날 하늘이 밝아지면
마치 떠났던 날처럼 가만히 너는 내게 오겠지
내 앞에 있는 너

네가 다시 나를 볼 순 없을까
너의 두 눈 속에 나는 없고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같은 미소만
희미하게 남아서 나를 울게 하지만

너는 다시 내게 돌아올거야
너의 맘이 다시 날 부르면
주저말고 돌아와 네 눈앞의 내안으로
예전처럼 널 안아줄테니
*

 

8월, 서울하늘은 곱다.

 

 

밤 공기가 그리운, 두브로브니크(dubrovnik)

 

눈 부비적부비적.

오랜만에 느껴보는 낮잠의 여운과 함께

터벅터벅.

 

밤 공기를 마시며.

여름의 향기에 젖으며

찾아간, 천국.

 

그리운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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