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드 렘피카와 빅뱅의 <몬스터>

 

나에겐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만큼 어려운 책.

에인 랜드의 <파운틴헤드>를 더듬더듬 읽었던 그 날이 떠오른다. 

아마도 대학교 도서관이였지. '그래, 율리시스를 읽느니 파운틴헤드를 읽는게 낫겠어' 

궁시렁 대면서도 꼭 읽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파운틴헤드>를 독파했던.   

수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내용도 가물가물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이 '개인의 정당한 행복 추구'가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파운틴헤드> 1,2권과 함께

펭귄사에서 출간한 <The Fountainhead> 영문판도 함께 갖고 있다.

영문판을 갖고 있는 건 순전히 '표지' 때문이다.

<The Fountainhead>의 표지엔 타마라 드 렘피카의 그림이 쓰였는데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이다.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는 폴란드 출신으로 프랑스로 망명 후

상류사회의 인사들을 그리는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아르데코 양식과 입체주의,

그리고 이탈리아의 마니에리즘 미술에서 취한 독특한 감성의 작품들을 남겼다.

더불어 빼어난 미모와 거침없는 남성 편력, 양성애자로 당시 화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2009년도에서야 그녀의 작품을 처음 봤는데,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수 백 점의 그림 속에서도 한 눈에 찾아낼 수 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그림.

그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생각났다.

 

바로 빅뱅의 <몬스터>이다.

다섯 멤버 중에서도 유독 탑에게서 렘피카의 인스피레이션을 많이 느꼈는데

아무래도 렘피카의 대표작 중 하나인 'Unfinished portrait'가 떠올라서 였을게다.

렘피카의 그림은 이탈리아 마니에리즘(기교주의)을 대표하는데,

르네상스의 전형을 뛰어넘어 바로크 미술로 향하는 과도기적인 스타일로 전반적인 그림에서

느껴지는 신비감, 몽상적인 분위기, 기괴한 배경, 과장된 인체비례가 특징이다.

<몬스터> 뮤직비디오에서 탑은 극단적인 남성주의, 날 선 차가운 분위기가 주는 불안감,

설산의 거대한 모습이 내뿜는 위압감 등이 렘피카의 작품 속 그 남자를 오버랩되게 만든다.

 

 

무튼, 빅뱅의 <몬스터(MONSTER)> 뮤직비디오는 2012년 그해 본, 가장 뛰어난 MV이자

지금까지도 이 뮤직비디오만큼 멋있고 작가적인 느낌을 담은 영상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빅뱅의 뮤직비디오를, 지드래곤의 뮤직비디오를 챙겨보는 이유이기도 할테다.

음악을 독특하게 해석해내는 능력. YG의 아티스트들은 남다르고 뛰어나다.

곧 타블로의 [열꽃] 앨범 이야기를 해야겠다.

 

 

거저 오는 삶은 없다.

나무처럼 고요히 살고 싶다 하면, 그건 오해다.

1년 내내 나무도 사느라 힘들다. 타들어가는 가뭄에,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에,

생명에 치명적인 거친 바람을 이겨내며 산다. 껍질을 파고드는 곤충과 잎을

갉아먹는 벌레도 참고 이겨내면서. 그리고 봄이 오면 꽃망울을 피우고

열매 맺어 열심히 후손을 퍼뜨린다. 생각해보면 어느 한 순간도 고요치 않다.

 

나무처럼 그 모습 그대로 몇백 년을 살고 싶다 하면 그것도 맞지 않다.

나무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한 때 대나무는 북방 한계선이 있어서 경기 북부에선

자랄 수 없었다. 하지만 추위에 부단히 적응을 한 대나무는 이제 남쪽에도 산다.

침엽수는 원래부터 잎이 뾰족해던 게 아니다. 원래는 낙엽수처럼 넓적한 잎을

가졌지만, 추운 지방에 살아야 하는 처지이기에 부단히 잎을 뾰족하고 가늘게

만들었다. 그래야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고 견딜 수 있으니.

선인장이라고 잎 대신 가시를 달고 싶었던 건 아니다. 잎이 있어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 필요치 않으니 잎 대신 단단한 껍질을 발달 시키고

그 안에 수분을 보관한다. 살자고 바꾸고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지간히 신속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지금도 각박한 지구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식물은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따지고보면, 태양도 작업 스케줄이 있다. 눈도, 새들도, 초록 잎사귀도 모두.

거저 오는 삶은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

좀 더 계획적으로 살자.

 

 

하와이 음악이 듣고싶다면, 영화 <디센던트>OST

 

 

영화 <디센던트>의 배경은 하와이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와이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의 내레이션(조지 클루니)이

시작되는데, 하와이에도 관광객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임을, 자신도

서핑을 해 본지 15년이 되었다는 고백이 포함된다. 실제 영화 속 하와이도 평범한

마을이 주 배경이고 바다 역시 그리 환상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운드트랙(OST)은 100% 하와이다. 마치 <디센던트>는 비주얼로 하와이를

보여줄 생각이 없으니 귀로라도 충분히 들으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하와이 음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야자수를 배경으로 우쿠렐레 소리가

들리면 '아 하와이 음악이구나' 하는 수준이지 않을까. 나 역시 하와이 음악은

이스라엘 카미카위올레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디센던트>의 음악을 듣고있자면 이것이 [하와이 음악]

이라는 느낌이 충만해진다.

 

<디센던트> OST의 17번 트랙인 'MOM'이 바로 전형적인 하와이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다. Lena machado가 부른 이 곡을 듣다보면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붉게 석양이 내려앉은 와이키키 해변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총 18트랙으로 구성된 <디센던트> OST는 한 곡, 한 곡 '알로하 스피릿'으로 무장된

제대로 된 [하와이 음악]이다. 모든 곡이 다 사랑스럽지만, 그중에서 한 곡을 꼽자면

18번 트랙 'KA MELE OKU'U PU'UWAI'. 하와이안 스틸 기타로 연주된 고풍스러운

느낌이 가득하다. 하와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하와이 음악이 듣고싶다면

추천합니다. 영화 <디센던트>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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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하와이 여행사진을 다시 보며, 오늘 하루도 알로하!)

 

 

시우민이 자꾸만 신경쓰여.

*

섹시한 남자가 좋아요. 등판 곧은 남자도 좋고. 목소리 좋은 남자도 좋고.

노래 잘 부르는 남자는 최고로 좋아요. 거기에 피아노까지 치면 넌 내 남자.

아 글도 잘 썼음 좋겠다. 그 사람만의 분위기가 있는 남자가 좋아요.

*

 

지난 7일간 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이 된 듯 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내 이상형도 '거꾸로' 가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내 이상형은 무려 15년 전, 내가 [소녀]였을때 부터 지금까지

강산과 대통령이 바뀔때도 변하지 않던 나의 이상형 목록이다. 

누구보다 [애어른] 취향이었던 내가 어쩌다 [소년]을 마음에 두게 되었는지.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다고 하지만, 내가 엑소에 빠질 줄이야.

 

12명의 소년 중, 가장 신경쓰이는 녀석. 시우민(xiumin).

분명 내 이상형은 [찬열]쯤 인 것 같은데, 왜 눈은 자꾸 [시우민]을 향하는지.

난 작은 체구도 별로고, 쌍거풀 없이 큰 눈도 별로고, 손 작은 남자는 더 별로고

웃을 때 잇몸 드러나는 남자와 민소매 입는 남자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이 모든 것에 해당하는 그 소년은, 왜 자꾸 나를 미소짓게 하는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게 바로 [매력] 이라는 거겠지.

시우민은 내가 지금껏 봐 온 그 어떤 아이돌보다도 독특하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으르렁> 무대에서 시우민은 정말 눈에 띈다.

특히 세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깨금발 하는 파트는

12명이 똑같이 추는 군무임에도 불구하고 시우민만 눈에 들어온다.

다리의 각도, 팔의 각도, 얼굴의 각도. 그리고 특유의 표정까지. 너무나 독특하다.

그 장면만 몇 번이고 돌려볼 정도로.

 

얼굴도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난 따뜻하게 생긴 얼굴느낌을 좋아하는데

시우민은 뭐랄까. 강한 느낌의 차도남 같은 이미지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우민의 얼굴은 묘하게 시선을 끈다.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도대체 이 아이가 왜, 자꾸 신경쓰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는데 나름의 결론을 냈다.

 

첫째, '끝선'이 예쁜 얼굴이었다. 이마선, 눈썹끝선, 눈꼬리, 윗입술선 까지.

그 '끝선'들은 그 어느 얼굴에서도, 그 많고 많은 아이돌의 얼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있었다. 그것이 시우민만의 유니크한 매력.

둘째, 그는 '반전이 많은' 남자였다.

중국인 인 줄 알았더니 한국인이고, 막내인 줄 알았더니 스물넷 맏형이었고

원래 작은 체구인 줄 알았더니 사이클을 타며 완성한 혹독한 다이어트의 결과였고,

마르기만 한 줄 알았더니 춤 출때 보이던 팔뚝의 근육은 섹시하기까지 했다.

나댈 것 같던 첫인상과는 달리 말수도 적은, 뒤에서 동생들을 받쳐주는 성격이었고

12명의 멤버 중에 가장 깔끔한, 물건에 각 세우는 남자라는 소개까지 들으니.

이건 뭐 반전에 반전을 더한 [신선한 놈]의 등장이었다.

셋째, 계속 듣고 싶은 미성(美聲)의 허스키 보이스.

엑소 노래에서 시우민 파트는 아직 잘 모른다. 노래만 듣고 그의 목소리를 파악하기엔

난 아직 초짜 팬이다. 어느 영상에서 'open arms'를 부르는 걸 보고 '의외다' 고 생각했다. 

또 찬열과 함께 DJ를 한 <심심타파> 라디오도 들었는데, 라디오에 최적화 된 목소리랄까.

가볍지만도 않고 아주 낮지만도 않은. 진지하면서도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

예능감이 없을 것 같은데도 은근히 웃기고, 상남자 성격일 것 같은데도 의외로 소심하고.

 

아! 시우민의 뜻은 '빼어난 옥돌(보석)'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수만이 직접 지었다고.

빼어날 '수'에 시우민의 본명인 '민석'의 옥돌 '민'을 합쳤다나.

[秀珉 l 빼어날 '수' 옥돌 '민' // '수'는 중국어로 읽으면 '시우' //그래서 시우민]

 

어찌됐든, 내 눈에 들어온 시우민을 격하게 환영한다.

시우민. 너 같은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여기 누나팬 한 명 추가요!

 

 

 

이것이 음악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원작 작가, 닉 혼비.

음악광이자 축구광, 그리고 지금 가장 인기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

프리랜서 작가로 살던 중 축구에 관한 이야기 <피버 피치>로 본격적인 작가 데뷔를 했다.

이후 소설 <하이 피델리티>, <어바웃 어 보이>, <슬램> 등 지성과 감성과 유머를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동시에 영화계에서도 러브콜을

보내는데 <하이 피델리티/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어 보이>, <피버 피치-

날 미치게 하는 남자> 등이 영화화됐고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화 된 이 작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살펴보자. 

장르는 로맨스/멜로/코미디, 주연은 영화 <세렌디피티>로 일약 로맨틱 가이로 떠오른

존 쿠삭, 극에 재미를 더하는 감초역엔 우리의 잭 블랙이 출연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누가봐도 로맨틱코미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음악영화]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이 영화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무려 15트랙에 달하는 이 음악들을 들려주기 위해

고안된 [영화]로 보인다. OST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달까.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보자면, 오랜 동거녀에게 차인 주인공 존 쿠삭이 왜 자신이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들에게 계속 차이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 전 여친을 찾아다니며

꼬치꼬치 그 이유를 물어보는. 아주 멋대가리 없는 남자의 이야기다.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 보다도 영화 곳곳에 배치 된 [적재적소 음악]이 더 중요하다.

주인공이 중고음반가게를 운영하는 만큼 영화에는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들의 음악이

시종일관 흘러 나온다. 마빈 게이부터 킨크스, 베타밴드 같은 전설적인 펑크뮤직까지.

그 음악들은 주인공이 처한 짖궃은 상황과 개구진 캐릭터의 익살스러움을 돋보이게 하고,

처연하면서도 감미로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들은 주인공의 감수성을 대변한다.

 

또한 이 영화는 [음악]에 관한, 가장 [수다스러운] 영화이기도 하다.

중고음반가게 직원 잭 블랙과 토드 루이소는 존 쿠삭과 함께 팝 음악에 대한

온갖 견해와 애정을 쏟아낸다. 뜨내기같은 손님에겐 음반도 팔지 않는다.

그 음악의 가치를 아는 손님에게만 골라서 판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들.

그 뿐인가, 이미 <스쿨 오브 락>에서 실력을 뽐낸 잭 블랙은 이번 영화에서도 

멋진 보컬 실력을 뽐내며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열창한다.

 

제대로 된 음악영화는 여기에 있다.

팝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영화 <리틀 빅 히어로>의 진짜 히어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2000년도 작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추천한다.

 

*
<High Fidelity OST>

1. You're Gonna Miss Me - Thirteenth Floor Elevators
2. Everybody's Gonna Be Happy - Kinks
3. I'm Wrong About Everything - Harding, John Wesley
4. Oh! Sweet Nuthin' - Velvet Underground
5. Always See Your Face - Love
6. Most of the Time - Bob Dylan

7. Fallen for You - Sheila Nicholls
8. Dry the Rain - Beta Band

9. Shipbuilding - Elvis Costello / Attractions
10. Cold Blooded Old Times - Smog

11. Let's Get It On - Jack Black
12. Lo Boob Oscillator - Stereolab
13. Inside Game - Royal Trux
14. Who Loves the Sun - Velvet Underground
15. I Believe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 Stevie Wond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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